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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 능력주의는 정말 공정한가?

Infoasis 2023. 7. 20. 15:08

‘능력주의’란 개인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라 사회적 보상이 결정되는 사상 혹은 그러한 제도를 말한다. 즉, 성공 여부나 성취 정도 또는 성과에 따라 지위와 부가 분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능력주의는 현대사회에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공정한가?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부유하게 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가난하게 사는가? 또한 재능있는 사람들이 높은 소득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가? 나아가 타고난 신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해 마이클 샌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 몫의 행운을 타고났다.”라고.

 

 따라서 오늘날에는 누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원하는 만큼 부를 축적할 수 있고, 교육받을 수 있으며,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런 믿음 뒤에는 불평등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예컨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중 상당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돈을 벌었다. 반면 극소수만이 유산 상속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부자 집안 출신이거나 명문대학 졸업자라면 당연히 잘 살 거라고 여긴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계층 간 이동성이 낮은 이유를 경제적 요인보다는 문화적·제도적 요인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렇듯 과거와는 달리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니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쁘다. 도대체 누가 옳은 걸까?

 



나는 그동안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주로 시장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바라보았다. 노동시장 구조상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하므로,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고임금을 지급한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본질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최근 들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라 불리는 프리랜서 직군이 각광받고 있는데,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경우 전통적인 의미의 고소득 전문직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학력자인 프리랜서나 비전문직 근로자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요즘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명문대생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금수저 자녀일수록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여 승승장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청년층 및 저소득층으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엘리트 중심 정책을 고수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영국 노동당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신자유주의 노선을 채택했다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경험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패배 후 정권을 잃고 말았다. 만약 당시 집권당이 보수당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번 총선에서처럼 참패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대 흐름에 맞는 적절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튼 앞으로도 세계 각국마다 다양한 형태의 복지정책이 시행될 텐데, 이때 자칫 잘못하면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일 위험이 크다. 특히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던 각종 사업 역시 중단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